『여기, 저 살아있어요』는 CRPS(복합부위통증증후군)를 앓고 있는 김소민 작가가 자신의 삶과 투병 과정을 솔직하게 담아낸 에세이다. CRPS는 극심한 만성 통증을 동반하는 희귀 질환으로, 환자들은 일상생활은 물론 기본적인 신체 활동조차 어려움을 겪는다. 이 책은 단순한 병에 대한 기록이 아니다. 고통 속에서도 삶을 붙들고자 하는 저자의 간절한 의지와, 아픔 속에서도 빛을 찾으려는 한 인간의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 『여기, 저 살아있어요』는 CRPS 환자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고통 속에서도 삶을 지속하는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 독자들에게 묻는다.
1. CRPS, 극한의 고통
김소민 작가는 자신의 병이 단순한 통증이 아니라, 삶을 완전히 뒤흔드는 경험임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CRPS는 작은 외상에서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신경계가 비정상적으로 반응하며 극심한 통증을 지속적으로 유발하는 병이다. 문제는 이 고통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MRI나 CT 같은 영상 검사에서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은 “겉보기에 멀쩡한데 왜 아픈 척을 하느냐”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김소민 작가는 이런 보이지 않는 고통의 실체를 자신의 경험을 통해 풀어낸다. 날카로운 칼로 살을 베는 듯한 느낌, 불이 붙은 것처럼 타오르는 고통,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감각—이 모든 것이 CRPS 환자들이 매일 견뎌야 하는 현실이다. 그러나 저자는 단순히 자신의 고통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이 아픔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살아갈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가 묘사하는 하루하루는 생존을 위한 투쟁이다. 단순히 일어나 걷는 것조차 쉽지 않으며, 어떤 날은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꼼짝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런 날들 속에서도 그는 자신의 존재를 기록하며, 아픔을 견디는 방식을 찾아 나간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은 단순한 병의 무서움을 넘어서, 보이지 않는 고통을 살아가는 한 인간의 강인함과 마주하게 된다.
2. 삶을 지속하는 힘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질병 기록을 넘어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의미를 탐구하기 때문이다. CRPS는 사람의 몸뿐만 아니라 정신까지도 잠식하는 병이다. 극심한 고통이 지속되면 우울증, 불안 장애, 심리적 고립이 따라온다. 많은 CRPS 환자들이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가며, 심지어 생을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도 겪는다.
하지만 김소민 작가는 그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 한다. 그는 “나는 여전히 살아있다”라고 외치며,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한다. 글을 쓰고, 자신의 감정을 기록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그가 삶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이 책은 단순히 병과 싸우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고통을 견디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나가는지를 보여주는 여정이다.
특히 감명 깊은 부분은, 저자가 자신과 같은 CRPS 환자들뿐만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고통을 겪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손을 내민다는 점이다. 그는 “나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당신도 살아갈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독자들에게 작은 희망을 건넨다.
그의 글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실제로 고통을 경험한 사람이 전하는 진심 어린 메시지다. 그래서 더욱 강한 울림을 준다. 그는 독자들에게 “고통 속에서도 당신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며, 절망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3. 사회적인 시선
『여기, 저 살아있어요』는 개인적인 기록을 넘어서, 사회가 만성질환과 희귀병 환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CRPS와 같은 희귀 질환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환자들은 자신들의 병을 설명하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는다. 심지어 의료진조차도 CRPS의 복잡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이런 사회적 인식 부족이 환자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준다고 말한다. 단순한 신체적 아픔뿐만 아니라, 이해받지 못하는 외로움과 차별이 그들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책을 읽다 보면, ‘보이지 않는 고통’이 얼마나 쉽게 외면당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아픔을 겪는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된다.
김소민 작가는 환자들이 단순히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존재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CRPS 환자들도 꿈을 꾸고, 사랑을 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단순한 투병기가 아니라,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 목소리이기도 하다.
추천하는 이유
『여기, 저 살아있어요』는 단순한 병에 대한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를 확인하는 선언이며, 고통 속에서도 삶을 지속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김소민 작가는 CRPS라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아나가며, 독자들에게도 “당신은 살아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는 단순히 한 환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을 제시한다. 김소민 작가는 말한다. “나는 여기 있다. 그리고 나는 살아있다.” 그 외침은, 아픔 속에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는 모든 이들을 위한 메시지가 된다.